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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엔 국립한글박물관에 가자! 매달 격주로 ‘문화가 있는 수요일’ 운영…국악 공연, 인문학 강좌 등 풍성


매월 둘째·넷째 수요일엔 국립한글박물관에 가자!

매달 격주로 ‘문화가 있는 수요일’ 운영…국악 공연, 인문학 강좌 등 풍성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정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이다. 2014년 최초 시행 이후 올해로 갓 2년차에 접어든 문화가 있는 날에는 전시와 공연 할인, 찾아가는 문화 공연 등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혜택이 제공된다. 그런데 여기,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도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이 있다. 지난해 한글날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이 시행하는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 그것. 국립한글박물관은 이달부터 매월 둘째, 넷째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수요일’로 지정하고 국악 공연, 인문학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2월 둘째 주 수요일인 11일 문화가 있는 수요일에는 국내 거주 외국인 30여 명이 국립한글박물관을 방문해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유튜브 동영상과 온라인 사이트, 팟캐스트를 통해 무료 한국어 강좌와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Talk to me in Korean(대표 선현우)’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로, 한국어 공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았다.

 

‘문화가 있는 수요일’ 행사 참여를 위해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은 국내 거주 외국인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먼저 훈민정음 창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글의 역사와, 변천 과정을 담은 콘텐츠로 구성된 ‘한글이 걸어온 길’ 전시를 관람했다. 약 30여 분에 걸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유, 훈민정음의 뜻, 한글의 창제 원리, 한글 창제 이전의 중국 문자를 빌린 표기 방식인 이두와 향찰 등에 대한 큐레이터의 설명이 이어졌다.

다소 지루하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를 이탈하는 사람 하나 없이 필기까지하며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창제 초기의 한글의 형태와 정조대왕의 서체, 명성황후의 편지에 나타난 ‘궁체’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한글을 신기해하며 직접 발음해보려고 노력하는 등 능동적으로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한글 창제 이유와 훈민정음의 뜻에 대한 큐레이터의 전시해설을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한글이 서민들이 쓰는 문자에서 지배층까지 사용하는 문자, 놀이와 같은 생활의 문자로 퍼져나가며 공식 문자로 채택되는 과정, 조선시대 문학과 신문에 나타난 한글의 모습, 각 지역의 방언, 남북한의 언어 차이 등 한글에 관한 다양한 전시도 관람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체험관으로 이동해 벽면에 설치된 인터랙티브 아트를 통해 한글 자모를 직접 결합해 글자를 만들고 자신의 이름을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약 한 시간에 걸친 전시 관람이 모두 끝난 뒤에는 한국 문화 체험을 위한 국악 공연이 이어졌다.


한글 자모를 결합해 단어를 직접 만드는 체험 활동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국악 공연에는 유명 국악팀 ‘정가악회’가 ‘풍류’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3층 전시실 한 곳에 마련된 소박한 무대였지만, 어디든 ‘판을 벌리는 곳이 곧 무대’가 되는 것이 특징인 판소리, 국악 공연답게 흥과 멋이 넘쳐흘렀다. 지식층이 수양을 위해 연주했다는 곡인 대금 독주곡 ‘여명춘’, 고종이 가장 좋아했던 창인 ‘수양산가’와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한 가야금 ‘산조’, 판소리 흥보가의 ‘돈타령’ 등의 네 곡이 진행자의 해설과 함께 연주돼 듣는 즐거움과 함께 우리의 것을 배우고 이해할 수도 있는 무대로 꾸며졌다.

 

즉석으로 공연 해설 동시통역에 나선 외국인 유학생 린지

 

한국어가 아직 서툰 참가자들을 위해 참가자 중 한 명인 유학생 린지가 유창한 실력으로 즉석 통역에 나서기도 했다. 언어도 문화도 모두 다르지만 가슴으로 음악을 느꼈기 때문일까. 우리의 소리를 통해 모두가 하나되는 인상을 받았다. 국악 공연이 끝난 뒤 각자 자유롭게 전시를 관람하는 것으로 이날의 행사는 끝을 맺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마련한 이날의 문화 행사는 참가 외국인들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대부분 동영상 강의를 통해 스스로 한국어를 학습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방법은 각 대학의 어학당 강좌나 대학생들의 봉사 프로그램, 지역의 문화센터,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같은 정부 산하 기관의 무료 프로그램 등으로 매우 다양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시간이 부족해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 독학을 할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이런 동영상 강의를 통한 학습의 경우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어 들을 수 있고 비용이 무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서로 소통하며 한국어를 연습할 수 있는 상대가 없어 말이 빨리 늘지 않고 대부분의 오프라인 강좌에서 강의와 함께 제공하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날의 문화행사는 한국어 소통과 한국 문화체험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정가악회의 가야금 산조 공연과 연주에 흠뻑 젖은 관람객


행사를 통해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미국인 메건씨는 “동영상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경우 대화를 연습해 볼 상대가 없다는 것과 한국 문화 체험의 기회가 부족하다는 어려운 점이 있는데, 오늘과 같은 행사가 있어 크게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한국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하고 있는 영국인 해나씨 역시 “한국어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 큰 동기부여가 됐고, 한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문자에 관한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국립한글박물관의 ‘문화가 있는 수요일은’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수요일로 다양한 행사가 운영될 계획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글이나 디자인 관련 전공 학생 등도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단체 참여의 경우 국립한글박물관에 연락해 미리 신청하면 된다.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는 한국어 소통의 기회와 한국 문화 체험의 장이 되고, 한글 관련 전공생 등의 한국인에게는 우리 글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국립한글박물관의 ‘문화가 있는 수요일’ 프로그램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사 출처: http://reporter.korea.kr/newsView.do?nid=1487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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